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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3학년 1학기 마지막 프로젝트 [공동주거-HORIZONTAL SKYSCRAPER]를 마무리하면서..설계 2022. 6. 30. 21:53728x90
드디어 3학년 1학기가 끝났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진작에 마무리되었지만 트리엔날레로 인해 동기랑 선배를 도와주다보니 이제서야 종강다운 종강을 했다.
8주간의 긴 여정이 어찌 끝났는지 기억을 되짚어보며 돌아보도록 하겠다.
지난 포스팅에서 하이데거의 사상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을 했었다.
"객관화-차이를 인식-존재를 자각&실현"
더불어, 노인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주거와 함께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어 지역 공공성을 향상하겠다고까지 하고 회의가 마무리되었는데 이러한 생각들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프로젝트였다.
중간에 크리틱을 거치면서 객관화가 대상화라는 워딩으로 바뀌고 커뮤니티 시설들이 전부 지하로 빠지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대상화란, 일상 속에서 비일상적인 대상을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일상과 비일상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다. 우리는 대상화를 통해 일상 속에서 다양한 비일상을 마주하여 하이데거가 말하는 본래적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주거를 만들고자 했다.
대상화의 과정은 앞마당과 테라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앞마당은 퍼블릭한 공간으로 다양한 비일상을 마주하는 공간입니다. 반대로 테라스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앞마당에서 마주한 비일상들을 돌아보고 사색할 수 있는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다.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잃지 말아야 했던 태도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환경을 부여하는 합리적인 태도였다. 이러한 태도는 특히나 공동주거에서 중요했으며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 장본인이었다.
주거 유닛에서 각 실의 문을 열고 닫음으로써 공간을 확장할 수 있게 되고 현관문과 연결된 폴딩도어를 열면 층의 사람들과 앞마당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앞마당은 장기나 바둑과 같이 소통을 나누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고추를 말리거나 김치를 담구는 등 일상적인 행위들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일상적인 행위들이 적층되어 테라스에서 건너편의 앞마당을 바라보면 비일상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크리틱 때 교수님이 칭찬해주신 부분이다. '상록주택'이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는 같은 유형의 공간에 살고 있지만 그 모습이나 살아가는 방식은 다 다름을 알 수 있다. 즉, 주거공간은 건축가가 완성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완성한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위 이미지들로 표현하였고, 교수님이 정확히 캐치해주셔서 감사했다.
주거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자기가 속해 있는 공간의 경계 그 자체이다. 우리는 대지를 공간의 집합체로 보고 모든 거주민에게 동일한 퀄리티의 앞마당과 테라스 공간을 제공해주기 위하여 위계없이 대지를 동일하게 분할하였다. 분할한 대지를 주거와 프로그램으로 구분하였고, 주거 공간이 들어가는 대지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을 통해 매스로 치환되었다. 이러한 매스들은 상부의 다리를 통해 연결이 되고 하부의 프로그램들은 회랑을 통해 분할된 대지들이 연결된다.
매우 단순해보이지만 꽤나 과격한 요소가 포함되어있는 매쓰로 구성했다. 주거 시설은 매우 보편적인 언어로 매쓰를 만들었으나 이들을 관통하는 수평 코어인 브릿지와 커뮤니티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엮은 회랑은 우리의 제목인 HORIZONTAL SKYSCRAPER의 핵심이다. 마치 빌딩을 눕힌 듯, 수평으로 공간을 나누어 우리의 핵심 목표였던 공평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매쓰가 너무 단순하다고 공격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하지만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태도를 버리긴 싫었다. 우리의 의도를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히 보여주는 것은 이러한 형태라고 생각했고 후회는 없었다.
노인들은 공동주거에 입주함과 동시에 다리의 일정 영역을 배정받아 식물을 심게 된다. 숲길은 노인과 함께 늙어가는 존재로써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아카이브로 작용한다. 회랑은 지상층의 프로그램들을 한데 엮음과 동시에 프로그램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외부와 경계를 지어준다.
만드면서 가장 애정하고 공들인 장면이지 않을까 싶다. 하이데거의 사상을 담음과 동시에 합리성의 태도를 담은 장면이다. 숲길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생각한 장면이었으며 이 장면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이미지로 그려와서 더더욱 애정이 간다.
이번 학기는 복학한 학기였으나 신입생일때보다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 팀플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같은 반 동기, 선후배들도 너무 좋은 사람들뿐이었다. 비록 수강신청에 실패한 사람들 모임이었지만 새로 부임하신 교수님은 그 어느 교수님보다도 친절하시고 합리적인 사람이셨다.
잘못탄 기차였을지 모르지만 꽤나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종강 이후 트리엔날레 시다하랴, 인턴하랴, 알바하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지만 이번 방학만큼은 바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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